커스터드 애플 • 망고스틴보다 더 맛있는 이 열대과일을 조심하세요.
천국의 맛 커스터드 애플
방콕에 살다보면 태어나 처음 보는 신기한 열대과일을 계속해서 접하게 된다. 그 중 하나는 태국어로는 ‘너이나’, 영어로는 ‘커스터드 애플’ 또는 ‘슈가애플’ 이라고 불리는 이 과일이다.
꼭 커다란 솔방울처럼 생겼는데, 익기 전에는 전체적으로 푸른 연두색이었다가 익으면서 점점 노란색으로 변해간다. 부드럽게 잘 익었을 때 엄지손가락으로 겉 부분을 살살 문지르면 껍질이 으스러지듯 벗겨진다. 과육은 말캉하고 찐득한데, 그 안에 크고 아주 딱딱한 검정 씨가 많이 들어있으니, 실수로 씹다가 이를 다치지 않도록 꼼꼼히 잘 제거하고 먹으면 된다.
맛은 ‘슈가애플’이라는 이름에 걸맛게 아주 달고, 또 약간의 새콤함이 있다. 마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열대과일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망고스틴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열대과일이다.
커스터드 애플의 달콤함을 조심하세요.
방콕에 산지 약 3년이 넘었을 때였다. 당시에 나는 처음 방콕에 왔을 때부터 이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계속 같은 콘도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그동안 벌레라고는 가끔 날파리 한 두 마리 정도 보는게 전부였기 때문에, 특히 기어 다니는 벌레를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200%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그런 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커스터드 애플이 먹고 싶어 배달앱으로 주문한 게 화근이었다. 보통은 다 익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사서 먹고 바로 해치우는데, 익으려면 최소 며칠 동안 실온에 두어야 할 정도로 딱딱한 연두색 과일을 두 개나 배달받은 것이다.
그렇게 별다른 생각 없이 부엌 카운터에 무방비 상태로 커스터드 애플을 올려두었다. 3일 정도를 그렇게 보냈을까? 시력이 나빠 안경 없이는 앞을 잘 볼 수 없는 내 맨눈에 이상하고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부리나케 안경을 쓰고 가까이서 들여다본 부엌 카운터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살면서 본 적 없는 수백 마리의 개미 떼가 커스터드 애플을 향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그 행렬은 문 밖에서부터 이어져 부엌 찬장을 무려 네 칸이나 관통해 부엌 카운터 위에 놓인 커스터드 애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쫄보인 나는 경기를 일으킬 틈도 없이 커스터드 애플을 갖다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개미 떼와의 사투를 벌였다.
이긴줄 알고 마음을 놓을라 치면 다음 날 아침 다시 찬장 안에 수백마리의 개미 떼가 들어차 있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찬장을 전부 다 비우고, 알코올 스프레이로 개미 떼를 해치우는 일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조금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런데도 개미는 심심치않게 서너마리씩 내 눈에 띄었다. 이 슬픈 이야기는 결국 정든 내 방을 떠나는 이사와 함께 막을 내린다.
모두들, 커스터드 애플은 꼭 잘 익은 놈으로 사서 바로 드시고 처리하세요.
방콕 여행 앞두고 정보의 냄새를 맡고 찾아온 일 개미입니다. 후기가 너무 솔직하고 그리신 그림도 너무 귀여워서 댓글을 남기고 갑니다.
어머낫, 일개미 클로이님. 이렇게 귀여운 댓글을 남겨주시다니.. 곧 방콕 여행 가시는군요! 제가 웹사이트에는 최근에 글을 거의 업데이트하지 못했어요. 아래 브런치에 연재중인 글들이 클로이님 방콕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디 즐겁고 안전한 여행 하시기를! 🙂 https://brunch.co.kr/brunchbook/secret-bangk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