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르응 시장 • 찐 로컬 디저트가 있는 방콕 전통시장 추천
🎵 노래를 재생하고 글을 끝까지 읽어주세요 🎵
태국의 찐 로컬 디저트가 궁금해? (망고 스티키라이스 없음 주의)
아마 태국의 디저트라고 하면 대부분 망고 찹쌀밥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새콤달콤 과즙이 팡팡 터지는 망고, 짭조름하고 쫀득한 찹쌀밥, 고소함과 촉촉함을 더하는 코코넛 밀크, 그 위에 바삭하게 튀긴 녹두까지. 맛과 향 그리고 식감의 삼박자를 완벽하게 아우르는 그야말로 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쓰는 이 글에 망고 찹쌀밥의 자리는 없다. 관광객으로 태국에 놀러 왔을 때 질리도록 먹어서일까? 4년이 넘게 태국에 살면서 망고 찹쌀밥을 찾아 먹은 횟수는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망고 찹쌀밥은 분명히 언제나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특별한 녀석이지만, 이 디저트 덕후의 넓디넓은 심장은 이미 더 맛있고 더 짜릿한 오만가지 태국 디저트들로 가득 차 버렸다. 오늘 그 수많은 디저트들을 한곳에서 먹어볼 수 있는 방콕의 멋진 스폿을 소개하고자 한다.
낭르응 방콕 전통시장
나처럼 달다구리학을 전공으로 하는 쩝쩝박사들은 방콕 시내를 조금만 돌아다녀도 곳곳에서 온갖 종류의 디저트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거다. 길거리 노점상, 야시장, 쇼핑몰 푸드마켓 행사, 그리고 대형 마트의 즉석식품 코너에서까지 언제든지 특색 있는 태국식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다. 심지어 “나는 단거 별로 안 좋아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태국인 친구의 손을 잡고 따라가도 결국엔 디저트 맛집으로 발길이 닿는 곳이 바로 여기, 디저트 천국 태국이다.
널리고 널린 디저트 맛집들 중 내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바로 방콕 올드타운에서 동북쪽으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낭르응 전통시장이다. 자그마치 1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며 지역의 전통과 민속을 보전해온 시장일 뿐만 아니라, 주변에 왕궁들이 여럿 위치하고 있어 왕족 및 귀족들의 입맛을 책임지며 다양한 궁중 요리와 디저트를 만드는 기술을 계승해온 곳이기도 하다. 찐 로컬들이 사랑하는 진짜 태국의 전통 디저트가 궁금하다면 절대로 지나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낭르응 전통시장이 자리 잡은 ‘왓솜마낫’ 이라 불리는 동네는 아래 지도에 보이는 것처럼 삼각형 모양인데, 방콕 구시가지 특유의 콜로니얼 건축양식 빌딩들이 많아 수쿰빗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 비교적 한적한 길목을 따라 평화로이 산책도 즐길 수 있으니, 시장을 방문하게 된다면 주변 큰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 그럼 이제 서론을 뒤로하고, 전통과 낭만이 가득한 낭르능 전통시장에서 꼭 방문해봐야 하는 디저트 가게 네 곳을 소개한다.
1. 카놈 티얀 매 아룬 분뎃 (Khanom Tian Mae Arun Bundet)
태국에서 손꼽히는 카놈 티얀 맛집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분뎃 여사님이 1950년대에 개발하신 레시피로 그 아들 부부와 이제 성인이 된 손자 손녀들까지 총 3대가 63년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카놈 티얀은 중국계 태국인들이 주로 제사나 명절에 준비해 나눠 먹는 간식이다. 떡처럼 쫄깃한 찹쌀가루 반죽 안에 코코넛이나 녹두 앙금 소를 넣은 뒤 바나나 잎으로 감싸 쪄낸다. 맛과 식감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이 우리 감자떡과 꽤 닮아있어 그런 것 같다.
카놈 티얀만의 독특한 점이라 하면 크게 달콤한 맛과 매운맛 이렇게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는 것인데, 분뎃 여사님의 레시피는 달달한 녹두 소에 후추와 양념을 첨가해 약간의 매콤함이 감도는 버전이다. 처음 설명을 듣고는 “떡이 맵다니?” 하고 머뭇거렸지만, 맛을 보고 난 뒤에는 이 맵단짠의 조화가 은근히 중독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단짠에 죽고 못 사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약간의 모험적인 요소까지 갖춰 여행 중 경험해보기 좋은 태국 현지 디저트가 아닐까 싶다.




돌아가신 분뎃 여사님의 며느리이자 현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잉리씨는 내가 태국에서 만나본 중 손에 꼽는 파워 외향인이셨다. 배우 이종석 님을 열렬히 좋아하고, 한국에는 두 번이나 여행을 다녀오신 적이 있고, 아이돌 그룹 GOT7의 태국인 멤버인 뱀뱀이 어린 시절 출연한 공연을 총괄하신 경력이 있고, 온오프라인으로 지역구를 주름잡고 있는 인싸 중에 인싸이시라는 – 이 모든 정보를 우리가 잠깐 서서 대화를 나눈 15분 안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태국 소재 한국 기업에서 일하며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는 따님을 집 밖으로 불러내 나와 친구를 맺어주시기까지 했다. 잉리씨의 태양같이 강렬하고 멋진 에너지를 내가 반쯤은 흡수해가지고 온 것 같아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카놈 티얀은 평소에도 즐겨 먹는 태국인들이 많지만, 특히 연중 대목인 설과 중원절에는 백화점 슈퍼마켓 체인에 납품을 하실 정도로 전국에서 알아주는 맛집이다. 가게에 직접 방문해서 먹어보고, 잉리씨와 즐거운 수다도 나눠보시길. 가격은 9개 들이 한 봉지에 100밧 (약 3,600원).

2. 어이 카오니야오 삥
어이는 가게 주인 할머니의 성함이고, “카오니야오 삥”은 구운 찹쌀밥을 뜻한다. 달달하게 코코넛 밀크와 섞은 찹쌀밥에 다양한 소를 넣고 바나나 잎으로 감싼 뒤 그릴에서 속 안이 다 익을 때까지 노릇노릇 구워내는 디저트다. 어이 할머니는 타로와 바나나 두 가지 버전을 판매하고 계신데, 타로 맛이 더 인기가 많은지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다 떨어지고 없어 나는 바나나맛만 맛볼 수 있었다. 겉은 찹쌀떡처럼 쫄깃하고 그 안에는 너무 무르지 않으면서 살짝 새콤한 맛을 내는 바나나가 들어있다. 가격은 개당 10밧 (약 360원).


내가 열심히 디저트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어이 할머니께서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나에게 일본인이냐고 물어오셨다. 나는 속으로 할머니의 미소가 정말 따뜻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국인이에요” 하고 가볍게 대답했다. 어디 사람이냐는 질문은 사실상 태국에서 어딜 가나 대화의 시작 격인 단골 질문인지라 할머니의 상냥한 관심 이외에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뒤 골목길 아래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다른 가게에서 상인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장사를 벌써 마치셨는지 커다란 카트를 끌고 퇴근하시는 어이 할머니와 다시 한번 마주쳤다. 가게 분들과 짧게 담소를 나눈 뒤 멀어져 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의 가족이 전부 다 일본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나에게 일본인이냐 물으시던 할머니의 미소에 어떤 기대감 같은 게 있었던가,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는 얼마나 가족들이 그리우실지, 또 하루에 몇 번이나 오고 가는 외국인 손님들에게 일본에서 왔냐고 물으실지,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소중하고 그리운 사람들과 아주 조금이라도 연관된 것들을 일상에서 찾아내 열심히 반가움을 표현하게 되는, 그 어딘가 쓸쓸한 마음을 나도 잘 알고 있어 할머니의 멀어져 가는 등이 안쓰러웠다.

3. 빠 홍 카놈타이 (Aunt Hong Thai Dessert)
시장 한편에 위치한 작은 가게에서 수십 가지의 과자와 디저트를 팔고 있는 멋진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옛날 과자집 같은 느낌이려나. 하나씩 전부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내 손엔 다른 가게에서 득템한 간식들이 한가득이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아야 했다.

대신 이 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가 녹두 커스터드(머깽투아)라는 고급 정보를 입수하고 녹두 커스터드 한 조각과 타로 커스터드 한 조각이 담긴 상자를 구매했다.


두 디저트 모두 두 가지 맛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녹두 맛은 마치 에그타르트 필링을 열 배는 농축한 것 같은 꾸덕한 치즈케이크 식감의 고소한 푸딩 레이어와 그 아래는 촉촉하고 콩의 식감이 살아있는 녹두 앙금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다. 타로 맛은 층이 그 반대로 되어있는데, 위쪽이 마치 고구마 앙금 맛이 나는 타로 레이어 그리고 아래쪽이 커스터드푸딩이었다. 아쉽게도 타로 커스터드는 공기가 더 많이 들어가 꾸덕한 식감 대신 가볍고 계란찜과 비슷한 식감이 났다. 결론은 녹두 커스터드 승.


태국 간식을 논할 때 판단 잎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동남아시아에서 수많은 디저트에 사용되고 아시아의 바닐라라고도 불리는 판단 잎은 세상 부드럽고 은은하면서도 견과류처럼 고소하고 또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마법 같은 향을 내뿜는다. 이 잎을 갈아 체에 걸러 코코넛 밀크에 전분, 계란 노른자 등과 함께 넣고 끓여 만드는 게 판단 코코넛 푸딩이다. 실키하면서도 입에 챡 감기는 식감과 고소한 향이 정말 완벽한 내 최애 태국 디저트라 칭하기에 한 점 부족함이 없다. 점원분께서 추천하지 않으셨지만 굳이 집어 가지고 나와야 했을 정도로.


4. 난타 카놈타이 (Nantha Thai Desserts)
마지막으로 추천할 곳은 궁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조상으로부터 대대손손 내려온 레시피를 계승해 전통 태국식 찜 케이크와 푸딩을 만들고 있는 가게다. 바나나, 팜, 타로, 호박, 코코넛 등등이 들어간 다양한 색과 맛의 디저트를 한 상자에 골고루 담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10개들이 한 박스에 50밧 (약 1,800원)이다. 코코넛 덕후는 물론 코코넛 푸딩을 먹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한 시각인 오전 열한 시에는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다음에 가면 코코넛 푸딩을 꼭 먹고 말겠다.

